외딴 산속 작은 절 석불사石佛寺

25년 자연‧전통음식만 고집하며 만들고 있는 김숙희(63) 씨.

대관령 중턱, 외딴 산속에 있는 작은 절 석불사. 행정구역으로는 강릉시 성산면 삼왕길 139-87번지로 옛 지번은 보광리 산 400번지다.

석불사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성산에서 대관령 방면 보광리로 가다 보현사 가는 길에서 우측 사천으로 넘어가는 길로 계속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석불사를 알리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석불사를 알리는 간판 하나가 또 나온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산 중턱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마침내 길이 끝나는 곳, 외딴 산속 작은 절 석불사石佛寺를 만날 수 있다.

제20회 한국 음식관광박람회 2관왕

이곳 석불사에서 주지스님을 모시며 20여 년간 꾸미지 않은 자연‧전통음식만 고집하며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숙희(63) 씨다.

그는 지난 5월 11일 제20회 한국 음식관광박람회에서 한국 국제요리 경영대회 금상과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5월 8일부터 4일간 한국음식관광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식품안전처 등이 후원한 가운데 서울 aT센터에서 진행된 2019한국음식관광박람회 한국 국제요리 경연대회에는 전통음식 전시, 제과, 제빵, 요리 등 14개 분야 1800여 명이 참여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김숙희 씨는 “출전한 모든 분들의 음식 사랑과 솜씨가 너무나 훌륭하고 다양해 참으로 많이 배우고 느끼는 계기였다”면서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두 번 다시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특히 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두고 대회가 열렸고, 시상식 다음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사찰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그로써는 마음고생이 컸다고 한다.
“주지 스님 혼자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준비를 했어요. 수상을 했으니 다행이지 그러지 못했으면 정말 감당(?)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은 어떤 맛과 느낌일까.

소박하지도 투박하지도 않다. 손수 장을 담그고, 제철에 나는 나물이며 푸성귀, 주변 농부들이 땀으로 일궈낸 우리 농작물만 고집하지만 음식은 정갈하고 담백한 맛으로 먹는 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자연밥상’이라 이름 붙인 음식들은 재료든 양념이든 모두 자연의 것을 거스르지 않는 그대로 쓰고 있어 자연의 일부인 우리 몸을 더없이 편하고 이롭게 한다.

자연밥상의 특징은 정해진 메뉴가 없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사람에 따라 재료가 바뀌고 조리법이 달라진다. 하지만 원칙은 제철음식이다. 자연에 발효를 더하는 정도라고 할까.

자연밥상은 연잎 밥에서부터 취나물 두부밥, 쑥설기, 개두릅 겉절이, 새싹 가지 말이, 능이버섯볶음, 말린 도토리묵무침, 능이버섯 두부 말이, 두릅숙회, 장뇌삼ㆍ두릅튀김, 더덕 잣 샐러드와 빡작장, 그리고 된장찌개 등….

너무도 다양한 음식들로 넓은 들녘에 조성된 꽃밭에 다름없다.

자연밥상을 연구하고 차리는 김숙희 씨 옆에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딸 윤미영 씨다. 모녀는 함께 음식을 만들며 공부를 한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강릉 농업기술센터에서 올림픽 특선음식과 양평 사찰음식 전문학원,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찰음식을 공부했다.

지금도 모녀의 음식에 대한 학구열은  진행형이다. 전통, 사찰, 자연밥상을 선보이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곧장 달려간다. 

주변에서는 이들의 솜씨를 아까워하며 강릉시내에 전통‧자연 음식점을 해보라며 권유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녀는 큰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나누고 베푸는 것에 더 익숙해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때문에 이 귀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모녀가 덜 바쁜 시간에, 인연이 맞아야 한다.

오늘 석불사에서 신선한 식재료에 발효를 더한 자연밥상이 펼쳐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