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에 산다. 자랑일까, 아니면 푸념일까. 그 고민자체가 자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시골이라고 하는 곳은 서울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서울에서 대학·사회생활을 하면서 명절 때 ‘시골에 안 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긴 서울사람들은 수도권이라고 불리는 서울 인근 경기도만 해도 시골이라고 칭한다. 동의하든 안하든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시골출신이라고 얕잡아보는 시각이 다분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25년여가 흐른 지금 이런 시각은 이제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도로, 철도 등 접근성이 개선되고 인터넷으로 총괄되는 정보공유의 실시간화는 서울이나 시골에서의 불편함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균형발전이라는 지방자치제 당초의 목적과 딴판으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단초가 됐다. 지금은 글로벌 도시 서울수도권 대 여전히 중앙식민지로서의 지방만 존재하는 기형적 구조로서의 시골로 더 추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구호처럼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진실일까. 틀렸다. 그런 구호를 내세운 지방자치단체치고 후퇴하지 않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지역적인 것은 그냥 지역에 국한된 쉽게 말해 ‘촌스러움’일 뿐이다.

KTX가 개통되고 올림픽을 치룬 우리 강릉은 그나마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빈사상태에 머물던 중앙시장을 비롯해 상가들이 살아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데 이번엔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경제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저시급 상승과 노동시간 준수가 강릉경제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연 우리 시골이 서울의 변방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강릉시장이 바뀌면서 외치고 있는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가 유효할지 지역경제를 구성하는 변수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