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어느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어수선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그저 해맑은 웃음을 가득 안고, 조금 전 누추한 제집을 찾은 천사 셋이 있어 가슴이 뭉클합니다.

특수교사인 제 딸의 제자 세 명이 멀리 충청도에서 이곳 강릉 사천까지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고 선생님이 보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의 아빠가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기에 제 딸이 빵이라고 했더니, 저를 주려고 불편한 몸으로 빵을 직접 만들어 상할까 봐 아이스 팩에 넣어 가슴에 안고, 가지고 왔습니다.
한 아이가 빵을 건네며 먹어 보라고 하기에 하나를 베어 물었는데, 입 안 가득 달콤한 생크림과 팥과 사랑이 가득 번졌습니다.
저는 지금 빵을 베어 문 게 아니라 이 아이들, 천사들의 정성과 사랑과 마음을 한 입 가득 머금은듯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몇 년 전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보고 싶은 선생님을 찾아 성치 않은 몸과 정신으로 이 먼 곳까지 찾아온 겁니다.

이 천사들의 방문이 메말라 가는 제 마음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겉만 멀쩡하지 정상적이지 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정치인들과 맹목적으로 그들을 옹호하거나 비판만 하는 자칭 진보와 보수들보다  몇 만 배 훌륭해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들에겐 정치도 관심 없고, 여도 야도 관심 없고, 진보와 보수 역시 관심없으며, 누가 법무부 장관이 되든 관심이 없습니다.
몸은 성치 안치만, 그저 하루를 살아감에 감사하며, 보고 싶은 그리운 선생님만을 가슴에 품고 이렇게 먼 곳까지 올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렇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이들이 정치를 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데 어찌 지금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올 한 해 저의 집을 찾아온 많은 지인들 중 오늘 제 딸을 찾아온 이 세 명의 천사가 제게는 가장 반갑고 고마운 손님입니다.
누추하지만 오늘 하루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바닷가에 데리고 가서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해 주라고 딸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차를 타고 바다로 간다며 기뻐하는 천사들의 뒤로 가을을 재촉하는 매미의 구슬픈 노래가 참으로 아름다운 오늘 늦은 오후의 풍경입니다.  글/ 배은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