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록 초대 민선 강원도지사가 22일 오전 9시 32분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97세.

박 전 지사는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민선 초대 도지사(통산 11대)와 6·7·9·10대 국회의원, 신민당 부총재, 평민당 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민선 강원도지사 시절 관용차를 안 타고 도시락을 싸 출근한 청빈 도백으로 알려져 있다.

1969년 3선 개헌 반대 투쟁 때에는 동료인 장준하와 함께 신민당의 원외투쟁을 주도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의원과 함께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다.

1970년 8월 국회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 새겨진 손기정 선수 국적이 일본(JAPAN)으로 표기된 것을 발견, 한밤에 부인과 함께 몰래 들어가 끌과 정으로 대한민국(KOREA)으로 바꿨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현대판 황희 정승으로 불리며 청렴 정치인의 표상으로 추앙받았으나 1980년대 신군부에 항거하다 국회의원 신분 박탈과 재산 몰수 및 감금, 폭행 등 피해를 봤다.

2007년 7월 대한민국 청렴 정치인 대상을 수상, 상금으로 1억원을 받았으나 집에 들이지 않고 전액을 사회운동에 투입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황희문화예술진흥회로부터 '황희정승대상'을 받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백리로 꼽히고 있다.

신군부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렸던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2014년 국회의원 157명과 국회 헌정회원 119명, 도민 1만3천여 명이 서명에 참여하고, 국회는 2016년 2월 정부에 신군부를 대신해 국가가 사과하고 피해에 대해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를 했으나 정부는 관련 법안이 없다며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주택가 2평(6.6㎡)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부인 김옥련 여사와 함께 노후를 보내던 고인은 2017년 2월 폐암으로 부인이 타계한 이후 원주 차남 집에서 머물렀다.

지난달 29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은 호동·혜숙씨가 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강원도 고성 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