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의자들 모임에서 아는 사람에 대한 평판을 들었다.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니어서 내 일과 관련이 없는데도 듣기 불편했다. 그런데 모임을 마치고 몇몇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또 그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 말에 발이 달리는 걸 생생하게 느끼는 현장이었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오래가고 싶은 마음에, 혹 나에 대해 누군가 부정적인 평을 해도 직접 물어봐달라고 했다. 신뢰에 금이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선생님은 고향이 강릉이잖아요.’ 그런다. 무슨 의미냐는 시선이 오가고 곱고 한결같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강릉 사람을 만났는데, 그때 강릉에 대한 이미지를 그렇게 갖게 되었고, 내게도 그렇게 느껴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 준 그분이 참 고마웠다. 고운 건 모르겠지만 한결같다는 말에는 나에 대한 것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진득함, 묵묵함이 내 내면에 심지로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러려고 노력도 해왔다. 

나는 1998년 계몽아동문학상 수상으로 동화작가의 길에 들어서서 지금까지 묵묵히 동화를 써왔다. 중간에 대학 강의 때문에 석사, 박사과정을 할 때도 묵묵히 동화를 썼다. 간혹 영상 시나리오나 소설 전공을 살리지 않고 동화를 쓰냐고 묻는 동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동화창작을 사명처럼 여기고 부단히 썼던 세월을 되짚어보곤 했다.

등단하면서 1년에 한 권 이상은 꼭 출간하겠다는 뜻을 가졌다. 그 말을 들은 지인들은 가당키나 하냐는 눈빛이었다. 책 출간이 쉽지 않음을 아는 터라 그런 반응은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써야 작가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걸 철칙으로 삼고 열심히 썼다.

그 덕인지 감사하게도 『가자, 고구려로!』 방정환 문학상을 『로봇 선생님 아미』로 한정동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는 열매도 맺었다. 또 우수출판 콘텐츠도서, 세종도서나눔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쓰고 보니 동화작가로 순탄하게 온 듯한데, 절대 그렇지 않다. 동화에 대해 풋내기일 때 등단해서 3년 정도 잠을 줄여가며 습작을 해야 했고, 출간에 대한 의욕이 앞서 설익은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 반려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열정을 알고 기꺼이 창작 파트너가 되어 주는 편집자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제 등단 연수가 꽤 되었다. 이 즈음되니 창작은 익을수록 깊어진다는 걸 알겠다. 그래서  1년에 한 권 이상이라는 약속에 긴장하지 않고 더욱 진중하게 익은 작품을 쓰리라 각오를 다져본다. 

나는 퇴보하지 않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았고, 묵묵히 창작해 왔다. 그것이 내 문학의 내비게이션이다. 그 길을 가다 보니 어제에 견주어 오늘 조금이라도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고향이 강릉이라는 자긍심을 품고 앞으로도 쭉 진화하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함영연(동화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