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신부와 라삐가 순례 길을 걷다 은전 30냥을 주웠습니다.
하느님의 종인 이들 세 명이 순례 길에서 주운 은전 30냥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하느님께서 거저주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각자 열 냥씩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 예물로 얼마만큼을 봉헌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각자의 방법으로 하느님께 감사의 예물을 드리기로 결정하고 의견을 듣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목사님이 "나는 이런 방법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겠소." 라며, 바닥에 작은 원을 그리고 뒤로 십여 미터 정도 물러나, 여기서 동전을 하나씩 던져 저 동그라미 원 안에 들어가는 것은 하느님 것, 안 들어가는 것은 내 것으로 하겠소.
목사님이 하나씩 던진 동전은 세 개가 원 안으로, 나머지 일곱 개는 원 밖으로 나가 일곱 개를 목사님이 갖기로 했습니다.

그것을 바라본 신부님께서 "나는 그 방법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오. 공평하지 않은 방법이라 나는 이렇게 하겠소." 라며 바닥에 길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더니 그려놓은 선 가운데 서서, “동전 열 개를 동시에 하늘로 던져 선 오른쪽에 떨어지는 것은 하느님 것, 왼쪽으로 떨어지는 것은 내 것으로 하겠소.” 라며 하늘을 향해 동전 열개를 던졌는데 공교롭게도 다섯 개는 오른쪽으로, 다섯 개는 왼쪽으로 떨어져, 다섯 개만 갖기로 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라삐가 불쾌한 목소리로 신부와 목사를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들이 정녕 하느님의 종이 맞소? 어찌 하느님을 그런 식으로 능멸하려는 것이요. 그러고도 당신들이 목사, 신부라고 하겠소."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전지전능하신데 그따위로 하느님을 시험하다니. 분을 삼키던 라삐가 나는 이런 식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겠소.
"하느님. 주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니 제가 이 동전 열 개를 하느님께로 던지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다 받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필요치 않으면 그건 제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하늘로 동전 열 개를 던졌습니다.

하늘로 던진 동전은 어떻게 됐을까요?

순례는 뒷전으로 미루고 은전 30냥에 더 관심이 많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이 시대의 성직자들….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바라야 할까요?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리와 정의는 불변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변하는 그런 시대,
성직자들도, 신자들도, 믿음을 갖지 않은 일반인들도 목소리만 크게 지르면 그게 진리고, 그게 정의가 되는, 혼돈의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과연 허물을 덮어주고, 서로를 사랑하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그런 세상은, 그런 선지자는, 올 것인지 묻고 싶은 별빛 스러지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