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릉지역에서는 강릉문학관건립에 따른 찬반의견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강릉지역사회의 숙원이며, 또 지난 12월에 강릉문학관건립 범시민공청회를 통해 지역 문인들과 시민들이 강릉문학관건립의 필요성을 확인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다. 이어서 강릉문학관건립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공청회의 결과에 대해 강릉시청의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그 질의서의 내용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공청회의 결과처럼 향후 강릉문학관건립 계획의 유무를 묻는 문항과 두 번째로 강릉지역문단의 현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할 시장과의 면담일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자에 대한 회신 결과는 강릉문학관 건립의 계획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으며, 후자의 질의에 대해서는 해당부서 국·과장과 지역문단의 전반적인 업무 논의 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면담이 무산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이번 강릉시청이 보여준 시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태도를 통해 심각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강릉문학관건립 여부의 문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강릉시민들과 소통의 부재를 자처하는 강릉시청의 행동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요구하는 다양성을 완전하게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예산과 법규 및 제도 등의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장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강릉시 통치철학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되며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민원처리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설령 집단이기주의를 내세운 면담요구라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강릉시의 문화정책이 뒷걸음질하는 와중에 인구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인 제주는 강릉시의 문화정책과는 확연히 달랐다.

 2003년 제주작가회의에서 처음으로 ‘제주문학관 건립’을 거론한 뒤 2009년 가칭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2010년 제주도의 지원으로 소규모의 ‘제주문학의 집’이 개관되었으나 제주도민의 ‘제주문학관건립’의 요구가 계속되어오던 중 2016년에 문학진흥법이 제정되고 문학관건립에 대한 국비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제주문학관건립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여 명실공히 2021년 그 숙원이던 ‘제주문학관’의 개관을 맞게 되었다.

이쯤에서 강릉문학관 건립을 놓고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즉 문학과 사회의 관계는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정의되었지만 명확하고 완전한 정의를 내린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사회는 인간의 현실을 문학과는 다르게 인간이 질서 있게 살 수 있도록 제도화시키는 것이라는 뜻에서, 문학이 비현실적인 기능이라면, 사회는 현실적인 기능이라는 점에서는 이론(異論)의 여지없다. 그러므로 문학은 사회적 갈등이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여 그것의 부정적 성격을 승화시키려 하며, 사회는 그것을 제도적으로 억압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학은 꿈이며 사회는 제도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문학은 꿈이며 행복의 동경이지만, 그것 역시 앞뒤가 어긋나지 않는 형태를 요구한다. 문학적으로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이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도화시킨 것을 쾌락적인 원칙에 의거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꿈에 비추어서 제반성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문학과 사회적 관계는 인간은 어떻게 행복하게 그러면서 의미 있게 살 수 있는가를 되묻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행복하게,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쾌락의 원칙에 집착하는 문학과, 현실의 원칙에 집착하는 사회가 결국은 상호 보존적으로 인간의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 제주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문학과 사회의 관계가 상호 보존적이라는 맥락에서 앞에서 언급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제주문학관 안에 설치하는 내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제주의 신화와 전설 등 구비문학과 해양문학, 4·3 사건 관련 문학, 재일제주인문학 등의 문학자원을 수집·정리·연구하기 위한 공간에서 문학과 사회의 상호 보존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강릉은 어느 지역보다 많고 다채로운 문학과 관련된 신화나 전설, 그리고 인문학적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가령, 역사적인 인문학자 이이 율곡 선생, 심언광 시인, 민족시인 심연수, 근대의 전원시인 김동명, 최초의 홍길동 전,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 최초의 여성 시문집을 발행한 허난설헌, 강릉연화부인, 이사부, 홍장암, 차문화의 성지 한송정, 관동팔경의 누정시, 교문암, 굴산사지, 칠성산 아래 금광(金光), 군선강(群仙江), 왕고개, 강릉단오제 등등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문화콘텐츠화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문화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기이다.

지금은 문화가 밥이 되는 세상이다. 또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은 로봇이 가지지 못하는 창의성을 후세에 길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실행 하는 센터가 강릉문학관이다. 문학관건립의 요구는 보편적 시민들이 원시로부터 탈피하여 문화인으로 살고자 하는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팔만대장경의 “전부를 취하면 전부를 잃는다.”는 구절이 어느 때보다 귀히 들리는 지금, 우리 모두가 대승적 차원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코제브가 『헤겔, 評釋入門』에서 주장했던 “금반지에는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은 금과 마찬가지로 금반지에게 본질적인 것이다. 금이 없다면 구멍은 반지가 아니다. 그러나 구멍이 없다면 금 또한 반지가 아니다”는 말이 강릉문학관과 강릉지역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