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런다!”
강릉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하는 나를 두고 지인들이 하는 말이다. 나는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서, 지금껏 고향을 떠나 살고 있다.

강릉에 살아도 집과 학교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떠나보니 왜 그리 그리운지. 그래서 눈물바람을 하며 몸살을 앓았다. 훌 떠나면 될 테지만 반겨줄 이 없다는 생각으로 머뭇거리고, 바쁜 일상으로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소망하고 그리워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강릉에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 내 소식을 들었다며, 작가가 되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그 친구도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 넉넉한 친구로 기억되는 그녀에게 얼마나 강릉이 그리웠는지 토로했다.

‘마흔 넘어서까지 연이 닿으면 평생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흔 전에는 살아내느라 간혹 이해관계로 움직일 수 있지만, 마흔 넘으면 정으로 이어져서 만남이 진실해진다는 의미로 다가온 말이다.

그 친구와 그 뒤로도 글과 관련된 공통 관심사로 통화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듣는 고향 소식은 나를 강릉의 들과 바다, 하늘로 안내했다.

친구는 내가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알기에, 문학행사에도 다리를 놓아 강릉을 찾게 했다. 게다가 내 책들이 강릉도서관 ‘강릉출신 작가방’에 진열될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리고 내 책에 대한 신문의 서평이나 신간을 서점에서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창작의 힘이 솟았다.

강릉에 대한 그리움이 친구 덕에 조금씩 채워질 무렵, 재경강원아동문학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 도시를 고향으로 둔 작가들은 서로 위해주고 정을 나누는데 우리만 덤덤하니 지내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기도 하거니와 혹 나처럼 향수병을 품고 있는 작가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한 번 만나자는 의견을 냈고, 첫 모임을 하는 날, 우리는 같은 고향이라는 사실로 얼마나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했다는 어떤 작가는 강릉의 ‘강’자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 마음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그 모임은 단순히 만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출향문인으로 강원아동문학회에 가입해서 회의 발전에 기여하려고 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세태에 ‘마흔 넘어서까지 연이 닿으면 평생 간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 요즘은 그 친구를 통해 강릉을 만나는 경우가 잦다. 나에게는 강릉을 성큼 품게 해주는 친구가 있다. 글/함영연(동화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