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사공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다.

고향 강릉이 나와서 친근하거니와, 부르다 보면 삶의 여정이 투영된다. 배가 표류하지 않으려면 사공이 목표점을 분명히 알고 노를 저어야 한다.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처럼 말이다.

인생의 여정도 그러하리라. 여정을 어떻게 펼쳤느냐에 따라 삶의 음양이 갈릴 수 있다. 풍파 없이 나아가면 좋으련만, 목표점이 분명해도 환경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게 인생이란 배다.

내겐 원하는 대학 영문학과를 합격하고도 집안 사정으로 등록하지 못한 인생 풍파가 있다. 이후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내 것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듯이 마음이 편치 않고 행복지수도 낮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그 무렵 던진 질문이다.

고심 끝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당시 사보에 글이 실리기도 해서 글에 대한 친근함을 갖고 있던 터였다. 막연히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하여, 작가는 자신이 원치 않는 한 계속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심이 굳혀지자, 3년 8개월 동안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 문예창작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작가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재능이 있기는 한 건지, 좋은 작품을 써낼 수 있을지, 줄줄이 따라오는 회의로 괴로웠다.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여러 번 시달렸다. 목표를 향해 사공이 노를 부지런히 저어야 뭍에 닿을 수 있듯이,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흔들릴 때마다 목표를 뚜렷하게 인지하려고 했다.

"지금 무너지면 꿈을 이룰 수 없다. 늦게 시작한 공부인데 회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질책하며 책을 읽고 펜을 들었다.

그런 절박한 여정을 거쳐서 1998년 계몽 아동문학상 수상으로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동화책을 출간했다.

모든 것이 작가로 성장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를 저은 결실이라고 스스로 확신한다.

요즘도 가끔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내게 질문을 한다.
"너의 배는 달 맞으러 강릉으로 잘 가고 있는 거지?"